[조선일보] 기업 협력 프로그램 개발… 사회 공헌 활동 신 모델 제시 삶에 필요한 기본 역량 기르는데 집중_2015년11월16일 |
---|
|
[ 기획 ] 자유학기제, 학교를 바꾸다
③기업 참여로 달라진 학교 교육 <충청남도 사례 끝>
“여러분은 혹시 물을 틀어놓고 양치하지 않나요? 그때 흘려보내는 물의
양이 얼마나 될까요? 30초만 틀어놓아도 6ℓ 정도의 물이
낭비되는데, 난민촌에서 한 사람이 온종일 쓰는 물보다 많은 양이에요.”
(이승한 LG생활건강 선임연구원)
지난 9일 공주대 평생교육원(충남
공주시 옥룡동). 강의실 내 설치된 미니 세면대 앞에 앉은 학생들이 강의를 들으며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평소 잘못된 습관으로 환경을 오염했다는 반성에서다. 학생들은
프라그 시약 실험으로 구강 청결 상태를 점검하는가 하면, 물 낭비를 최소화하면서 깨끗하게 이 닦는 방법도
새로 배웠다. 자유학기제 활동의 하나로 충청남도교육청과 LG생활건강 ㈔에코맘코리아가 공동으로 진행한 ‘빌려쓰는 지구스쿨’ 수업 모습이다.
◇기업 참여로 한결 풍성해진 학교 활동
같은 시간, 옆 강의실에서는 학생들이 수북이 쌓인 빨랫감을 뒤적였다. 저마다 옷 안쪽에 붙은 태그(tag)의 '취급 주의' 부분에서 정확한 세탁법을 찾아냈다. 윤종성(공주영명중 1)군은 "예전에는 아무 옷이나 한꺼번에 세탁기에 넣고, 세제는 무조건
두 스푼 가득 퍼서 넣었다"며 "오늘 수업에서
세제를 적정량만 넣어야 깨끗하게 세탁되고, 환경도 오염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전했다. 다른 강의실에서 열린 세안 습관 수업에서는 학생들이
특수 제작된 미니 세안대에서 강사 지도에 따라 직접 얼굴을 씻으며 바른 세안법을 배웠다. 임지수(건양중 1)양은 "세안제를
완두콩 하나 크기만큼만 써도 잘 씻기고, 그래야 물도 아낄 수 있다는 점을 배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강의실에서는 진로 체험이 한창이었다. LG생활건강 직원들이 제품 연구, 디자인, 마케팅, 영업, 광고 홍보 등 직무별로 하는 일을 소개한 후, 학생들이 직접 마케팅 전략을
짜보는 실습을 진행했다. 학생들은 요즘 인기인 애니메이션 '미니언즈' 캐릭터를 이용해 '촉촉한 미니언'이란
화장품을 만드는 등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많이 냈다. 이날 활동에는 공주중(31명), 공주북중(63명), 공주영명중(40명), 건양중(39명 충남 논산) 등 4개 학교에서 총 173명이 참여했다.
이색적 수업으로 가득한 '빌려쓰는 지구스쿨'은 올해 1학기부터 서울 13개교, 충남 145개교 학생 50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세안 습관 ▲양치 습관 ▲머리 감기 습관 ▲설거지 습관 ▲세탁
습관 ▲분리배출 습관 ▲손씻기 습관 ▲진로 체험 등의 9개 활동으로 구성됐다. LG생활건강이 임직원 자녀와 초 중등생 대상으로 운영하던 캠프를
대폭 확대해 중학교 자유학기제 체험활동의 하나로 제공한 것이다. 이를 위해 LG생활건강은 이화여대 교육공학과와 협력해 프로그램을 전면 재설계했다. 성유진 LG생활건강 CSR&동반성장팀 파트장은 "사소한 습관에서 비롯되는 환경오염과 물 낭비 등을 일깨워 학생들의 생활에 변화를 주는 교육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강사로 나선 신재영 LG생활건강 선임연구원은 "요즘 가뭄으로 충남 지역의 물
부족 문제가 심각한데 학생들은 (이 지역에 살면서도) 잘
모르더라"며 "머리 감을 때 샴푸를 너무
많이 쓰거나 물을 틀어놓는 등 잘못된 습관을 고쳐줘 환경을 지킬 수 있게 지도한다"고 전했다. 내년에 자유학기제가 전면 시행됨에 따라 '빌려쓰는 지구스쿨' 프로그램도 전국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성 파트장은 "습관 교육을 환경뿐 아니라 과학과도 연계해 진행하는 등 다양한 융합교육 프로그램을 구상 중"이라며 "자유학기제는 기업의 사회 공헌 활동에도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부모, 자유학기제
알고나면 오해 사라질 것"
충청남도교육청은 LG생활건강과
MOU를 맺어 (올해 자유학기제를 시행하는) 충남
지역 145개 중학교에 '빌려쓰는 지구스쿨'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민주 시민의 덕목 가운데 '환경의식 역량'을 강화하는 데 목적을 뒀다. 김환식 충남교육청 부교육감은 "충남은 '미래 핵심 역량을 갖춘 민주시민 육성'이라는 목표 아래 자유학기제를
운영 중"이라며 "단순한 진로교육만 진행하는
게 아니라 학생들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 역량을 길러주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충남형 자유학기제'라고
이름 붙였다. 이날 활동 모습을 둘러본 김 부교육감은 "빌려쓰는
지구스쿨은 학생들이 '나와 지구(환경)'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고,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학기제는 '마중물' 같은 제도예요. 학생들이
자신에 대해 생각하고 진로를 탐색하는 시간을 갖는 제도이지요. 사실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이 자유학기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것은 몹시 힘든 일이에요. 그럼에도 많은 학교 교사가 자유학기제에 참여하는
이유는 이것이 '참교육'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는 제도이기
때문입니다."
충남에서는 올해 145개 중학교(78%)가
자유학기제를 운영하고 있다. 본래 목표였던 70%를 훌쩍
넘는 수치다. 충남교육청은 자유학기제가 잘 정착하도록 도교육청 산하
14개 교육지원청과의 연합지원체제를 구축했다. 도교육청 교육지원청 충남도청 시군청이 모두 모이는 워크숍을 통해 '지역자치단체와 함께하는 자유학기제 활성 방안'도 모색 중이다. 김 부교육감은 "이렇게 기업과 협력하는 프로그램을 개별
학교 힘만으로 진행하기는 어렵다"며 "도교육청이
적극적으로 나서 학교 활동을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주=한준호 기자
이러한 도교육청의 노력 덕분에 충남 지역 중학교에서는 자유학기제가 잘 뿌리내리고 있다. 현경숙 충남교육청 장학사는 "내년에는 자유학기 동안 학교
수업 변화에 더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며 "융합형 토론형 프로젝트형 등 다양한 수업을 시도해 학생들에게 자신감과 공동체적
사고를 키워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유학기 성과가 2 3학년에도 이어지도록 자유학기와 일반학기를 연계하는 방안도 연구 중이다. 이를
위해 건양대 공주대 백석대 선문대 순천향대 등 지역 내 13개 대학과 전공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자유학기제 활동에 학부모 참여를 유도하고, 학부모 연수를 진행해
자유학기제에 대한 인식도 바꿔나가는 중이다. 이날 활동에 참여한 학부모 권영란(공주 금학동)씨는 "처음에는
실효성도 의심될뿐더러 학습에 해(害)가 되지는 않을지 걱정이 많았다"며 "활동을 직접 보니 아이들이 흥미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에 무척 만족스럽다"고 전했다. 현
장학사는 "학부모가 자유학기제를 직접 보고 경험할수록 '학력이
떨어진다'는 등 오해도 줄어들 것"이라며 "자유학기제는 다양한 체험활동과 수업 방식 변화로 학생들에게 '사고하는
힘'을 길러주는 제도"라고 강조했다.
출처: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11/15/2015111501069.html
|